
'다윗'은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대중문화에 내놓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다윗의 인생 자체가 판타지 서사이기 때문이다. 종교를 몰라도 작은 소년이 거인을 쓰러뜨린다는 설정은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도 스포츠, 정치, 경제 기사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표현을 계속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통 종교 영화는 설교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설교가 가르치려 드는 수순으로 가게 되면서 캐릭터들에게 쉽게 공감할 수가 없게 된다. 또 한 가지는 하느님의 권위를 의식해서 드라마를 죽이는 경우다. 성경의 내용을 존중하다 보니 캐릭터 갈등이나 서사적 긴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다윗 이야기는 애초에 드라마 자체가 강하다. 양치기 소년,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 거인 골리앗과의 대결, 질투하는 왕, 도망자 생활, 동료들과의 재회와 왕국 건설 등 생각해 보면 하느님만 빼면 거의 정통 판타지 서사의 골격이다. 심지어 현대 판타지의 대표작들에서도 자주 보이는 구조다.
이번에 나온 애니메이션 역시 하느님을 지나치게 의식만 하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중세 판타지로 보일 것이다. 다윗은 하느님의 뜻을 강조하지만, 그의 행보를 따라가면 서양 판타지 장르의 주인공이 오버랩되고 있다. 영웅의 희생과 구원이라는 구조는 수많은 판타지 작품의 기본 뼈대이기 때문이다.
사실 좋은 종교 영화는 신앙과 상관없이 재미가 있다. '이집트의 왕자(1998)'나 '벤허(1959)'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영화 자체로 가치가 있는 작품들이다. 모두 종교 영화지만 작품 자체가 훌륭하기 때문에 여전히 최고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다윗'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가려는 의도가 보인다. 갑옷을 벗어던지고 아말렉 족을 혼자 찾아가는 장면이나 이후에 다윗을 질투하던 형이 사람들과 함께 화려한 빛을 받으며 도와주러 오는 장면이 영화적 각색에 해당한다.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에서 간달프가 에오메르 기병대를 이끌고 언덕 위에서 빛을 등지고 등장하는 장면처럼 말이다.
'다윗'은 종교를 떠나서 대중문화에서 통하는 이야기 구조가 거의 다 들어 있다. 목동 소년과 거인과의 싸움, 왕의 질투, 권력자의 탄압, 추방, 연대 등등 이런 건 판타지 장르에서 늘 통하는 이야기다. 성경에 대한 선입견 없이 봐도 의외로 재미가 있고, 신앙이 있는 관객들까지 종교적인 감동을 얻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다. 대중성과 종교까지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아이러니한 점은 다윗이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프롤로그에 가깝다는 것이다. 성경에서는 왕이 된 다윗의 무너진 삶을 더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이상적인 영웅이었던 다윗이 욕망에 흔들리고, 정치적인 실수를 하고, 자식 농사도 망쳤으니 말이다. 대부분 다윗을 골리앗을 쓰러뜨린 목동 소년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사실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고 좌절을 겪은 인간으로 남아 있다. 죄를 인정하고 회개하며 솔로몬을 후계자로 지명한 노년의 다윗을 가장 인간적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한편 '다윗'은 내달 10일 개봉하며 쿠키 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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