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설적인 대전 격투 게임이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영화 '스트리트 파이터'가 오는 10월 극장 개봉을 앞두고 공개한 1차 예고편은 원작의 캐릭터와 필살기를 재현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990년대 격투 게임의 전성기와 당시 대중문화의 감각 자체를 영화 속으로 끌어들인 점이 인상적이다.
이번 작품은 지난 1987년 처음 출시된 캡콤의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 프랜차이즈는 전 세계 누적 판매량 5,600만 장을 기록했다. 영화는 1993년을 배경으로 춘리의 제안을 받아 다시 격투장에 서게 된 류와 켄 마스터즈가 '월드 워리어 토너먼트'에서 거대한 음모와 맞닥뜨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흥미로운 점은 배경이 현대가 아니라는 점. 영화가 선택한 시대는 1993년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2'가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며 대전 격투 게임이라는 장르를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던 시기다.
1차 예고편 역시 이러한 시대적 감각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화려한 조명과 지하 격투장, 네온사인, 과장된 의상과 헤어스타일 뒤로 4 Non Blondes의 'What's Up?'이 흐른다. 1990년대 당시 아케이드 게임과 대중문화가 지녔던 미학을 영화 전체의 스타일로 삼겠다는 선언이다.
주인공은 류가 아니라 켄?…'몰락한 스타'에서 다시 파이터로
예고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켄 마스터즈다. 켄은 한때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스타 파이터였지만 현재는 전성기의 명성을 잃은 인물로 묘사된다. 춘리는 그런 켄을 향해 더 이상 전사가 아닌 '구경거리'가 됐다고 자극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와 진정한 파이터 사이에서 방황하는 켄의 모습이 이번 영화의 핵심 서사로 떠오르는 대목이다.
게임에서 익숙했던 켄의 이미지를 성장 서사로 확장한 설정으로 읽힌다. 세계 각지를 떠돌며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는 류와 달리 켄은 부유한 집안 출신이자 화려한 외모와 자신감을 지닌 인물이었다.
앤드류 코지가 연기하는 류는 싸움과 잠시 멀어진 채 은둔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그는 "나는 이제 싸움의 길을 걷지 않아"라며 토너먼트 참가를 거부하지만 결국 켄과 다시 마주한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두 파이터가 다시 링 위에서 만난다는 점. 이건 '월드 워리어 토너먼트'가 류와 켄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춘리부터 달심·블랑카까지…게임 화면을 현실로 끌어냈다
캐릭터 재현 역시 이번 예고편이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춘리는 특유의 헤어스타일과 푸른색 의상을 갖춘 채 강렬한 킥 액션을 선보인다. 캐미 역시 금발을 길게 땋은 헤어스타일을 보여주며 게임 속 이미지를 어필하고 있다.
달심의 팔이 비현실적으로 길게 뻗어나가고, 블랑카는 거대한 체구와 초록색 피부, 전류를 이용한 능력을 보여준다. 가일 역시 게임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그대로 가져왔다. 장기에프와 발로그를 비롯해 익숙한 파이터들도 연이어 모습을 드러낸다. 게임의 과장된 디자인을 억누르기보다는 오히려 실사 영화의 미학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나왔다 '파동권'…게임의 손맛을 영화가 어떻게 옮길까
그러한 방향성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예고편 후반부에 등장한다. 류가 두 손 사이로 푸른 기운을 모으기 시작하며 '스트리트 파이터'를 상징하는 기술인 파동권을 보여준다.
격투 게임을 영화화할 때 가장 어려운 지점 가운데 하나가 게임의 '손맛'을 영상의 쾌감으로 바꾸는 것이 아닌가. 플레이어가 직접 커맨드를 입력하고 기술을 성공시키면서 느꼈던 감각을 스크린에서 경험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 면에서 파동권과 승룡권, 백열각 같은 필살기가 발동되는 순간을 하나의 액션 이벤트로 만들어야 한다. 예고편을 살펴보면 그러한 점을 상당히 의식한 흔적이 보인다.
'Perfect'를 비롯한 게임 특유의 사운드와 시각적 요소를 영화 곳곳에 삽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임의 인터페이스와 효과음을 영화적인 장치로 재가공하면서 관객에게 아케이드 게임을 플레이하던 기억을 환기시킨다.
'스트리트 파이터'가 선택한 답은 '게임다운 영화'
1차 예고편에서 확인되는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제작진이 원작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1994년 장 클로드 반담 주연의 '스트리트 파이터'를 비롯해 과거 게임을 원작으로 한 실사 영화 상당수는 게임 특유의 비현실적인 설정 때문에 난관을 겪었다. 반대로 이번 작품은 과장된 캐릭터와 기술, 색채를 감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 중심에는 키타오 사쿠라이 감독이 있다. 그는 코미디 영화 '배드 트립'과 게임 원작 시리즈 '트위스티드 메탈' 등을 연출했으며, '성난 사람들' 시즌2에도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대신에 팬 서비스에 집중하다 보면 영화적인 서사가 희석될 위험은 있다. 반대로 예고편이 암시하는 것처럼 켄과 류가 다시 전사가 되어가는 과정을 제대로 보여준다면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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