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일드 씽'은 90년대 가요계의 향수를 영리하게 자극한 영화임은 분명하다. 정작 본편에서 그 에너지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로드 코미디로 후퇴한 점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이 영화가 개봉 전부터 반응이 좋았던 이유는 역시 'Love is' 뮤직비디오 선공개 전략이었다. 냉미남 이미지가 강한 강동원이 촌스러운 안무를 소화하고, 특유의 무거운 목소리를 가진 엄태구가 랩을 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이자 강력한 밈으로 소비되기에 충분했다.
표절 논란으로 추락한 그룹, 돈을 들고 튀어버린 기획사 사장, 세월이 흘러 지방 엑스포 행사장을 전전하게 되는 모습들은 씁쓸하면서도 진한 향수를 자극한다. 특히 톱스타 강동원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생계형 방송인'으로 전락한 부분은 B급 감성을 제대로 저격하고 있다.
문제는 중반부터 장르의 궤도를 급격히 이탈한다는 점이다. 실패한 중년 가수들의 재기물이 갑자기 범죄 은폐 블랙코미디처럼 변해 버리니까 캐릭터들의 감정선이 붕 떠 보이는 것이다. 트라이앵글 멤버들은 기본적으로 악인도 아니고, 철없이 실패했지만 음악에 미련이 남은 사람들이다. 작위적인 사고가 끼어들어 버리면서 감정적으로 따라가기가 어려워져 다소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런데도 배우들의 어설픈 코미디 연기가 서서히 장점으로 작동한다. 이미 예비 관객들도 눈치는 챘겠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정교한 개그가 아니라 배우들의 의도적인 민망하고 낯 뜨거운 연기력에 있다. 엄태구는 여전히 무게감이 있고 느릿한 면이 있어서 힙합 스웨그를 하려고 드니 그 자체로 웃기는 것이다. 그러다 진짜 랩을 잘한다는 게 드러나면 관객 입장에서는 "이 사람 진심이었네"라는 묘한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오정세를 빼놓을 수가 없다. 그는 특별히 대사를 세게 치지 않아도 말투와 호흡만으로도 웃음을 만들어 버린다. 오정세라는 캐릭터 자체가 이미 완성형 코미디가 되어 있는 덕분에 등장할 때마다 영화가 살아나는 느낌이다.
트라이앵글의 콘서트 장면이 먹히는 이유는 결국 음악 영화의 본능 덕분이다. 관객들은 그들이 다시 무대에 서는 순간을 보고 싶은 것이지, 완벽한 개연성을 원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싱 스트리트'나 '스쿨 오브 락'과 같은 영화들도 캐릭터들의 열정이 회복되는 그 순간에 감정을 터뜨리는 작품들이었다. '와일드 씽'은 완성도 면에서 들쭉날쭉한 면은 있으나, 마지막 공연에서만큼은 한 번 더 꿈꾸고 싶은 사람들의 영화가 된 것은 분명하다.
'Love is' 노래는 질리지 않아서 좋다. 관객들의 귓가에 맴도는 세련된 멜로디는 영화의 들쭉날쭉한 완성도마저 유쾌한 추억으로 미화시키는 긍정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다.
한편 영화 '와일드 씽'은 내달 3일 개봉하며 엔딩 크레디트 중에 쿠키 영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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