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후기] '시크릿 에이전트' 독재 정권이라는 악몽을 기억하는 방법

78회 칸영화제 감독상·남우주연상 83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남우주연상-드라마

사진=찬란 제공
사진=찬란 제공

브라질 영화감독 클레버 멘돈사필로는 예전부터 정치적인 구호를 외친 사람이다. 지난 2016년 영화 '아쿠아리우스'로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을 때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 배우들과 함께 "브라질 민주주의를 구하자"라는 메시지가 적힌 종이를 들면서 다른 관객들의 호응까지 얻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 - 룰라에서 탄핵까지'에 등장했던 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었다.

'시크릿 에이전트'는 1977년, 브라질 군사 독재 시절의 분위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감독의 진보적인 정치 성향이 그대로 묻어난 작품이다. 제목만 보면 우리 영화 '1987'과 같이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는 운동권의 이야기로 들리지만, 독재 정권 아래에서 살아가는 악몽을 다룬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브라질은 검열과 고문, 실종, 정치범 탄압이 일상이었기 때문에 평범한 경찰조차 위협적으로 보이는 시기였다.

주인공 마르셀루(와그너 모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비밀 요원이 아니라 평범한 지식인이다. 한 사업가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살해 청부를 받은 전직 군인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독재 정권에 저항한 사람들만 박해를 받은 것이 아니라 권력자가 언짢기만 해도 개인적으로 박해를 할 수 있던 시기였다. 우리로 따지면 유신 체제의 '막걸리 보안법'에 해당되는 황당한 사건인 셈이다.

감독은 처음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정치 스릴러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 전작인 '아쿠아리스'나 '바쿠라우'만 보더라도 대중적인 감성보다 은유와 풍자를 더 선호하는 사람이다. 사건을 설명하기보다 그 시대의 공기까지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주유소 앞에서 총을 맞고 쓰러진 시체는 며칠 동안 신고해도 감감무소식이다. 우연히 주유소를 들른 주인공 앞에 나타난 경찰은 사실 시체에 관심이 없고 주인공에게 조금이라도 뇌물 받을 생각만 하고 있다. 주유소 앞 시체 장면만으로도 그 시대가 죽음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마르셀루가 새로 찾은 직장과 동네 사람들은 지극히 평범하다. 이 영화가 카를루스 마리겔라와 같은 저항 운동 지도자를 다뤘다면 민주화 운동가나 기자 등이 주변에 있었을 것이다. 마르셀루 주변에는 구수해 보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넉살 좋은 아줌마와 아저씨들뿐이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연기하는 사람이 와그너 모라로 보일 정도다. 그만큼 감독은 영웅의 서사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독재 정권 시대에서 어떻게든 그냥 살아남으려고 노력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존재를 중요하게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상어 뱃속에서 나온 다리였다. 누구나 독재 정권에 저항하다 살해당한 시신의 다리라고 짐작할 수 있었는데, 감독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독재 정권에서는 당연히 시신의 다리가 나왔다는 언론 기사도 탐탁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든 은폐하고 관련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제거당할 것이다. 이 다리가 독재 정권의 피해자로 상징되는 찰나, 갑작스러운 풍자를 보여준다. 이 당황스러운 풍자는 당시 브라질의 신문을 살펴봐야 제대로 된 해석을 할 수 있다.

1970년대 브라질 신문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도시 전설이 실렸다. '털이 난 다리'가 돌아다닌다는 일종의 괴담이었는데, 이것이 우리의 '3S 정책'처럼 예민한 문제로부터 관심을 돌리는 역할을 했다. 길거리에서 음란한 짓을 하는 남녀 커플이나 동성 커플 사이에서 '털이 난 다리'의 활약상은 조금 생소하다. 브라질의 시선에서는 이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우리도 겪었던 '민간인 사찰'을 꽤 철학적인 방법으로 풍자한다고 믿는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독재 정권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느꼈을 공포와 기억을 악몽처럼 뒤섞어서 보여주는 작품이다. 어떤 관객은 이 영화의 줄거리보다 주유소 앞 시체, 털이 난 다리, 기록을 전하는 녹음 파일과 같은 이미지들만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어쩌면 감독도 '독재 정권이라는 악몽'을 기억하자는 의도로 위와 같은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줬을 것이다.

한편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는 78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내달 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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