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남편들'은 쉴 새 없이 농담을 던지지만, 타율은 제로에 가깝고 차가운 정적만 맴돈다. '억텐'으로 무장한 이 영화는 감상 이후 하얗게 휘발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영화는 전남편 형사 황충식(진선규)과 현남편 수의사 이민석(공명)이 납치된 아내 시내(강한나)와 딸 황연주(오은서)를 구하기 위해 공조한다는 이야기다. 황충식이 구속한 마약 조직 두목 마도준(김지석)의 아내 혜란(이다희)이 남편을 빼내기 위해 납치를 시도한 것이다.
솔직히 이 영화에 대해 그다지 할 말이 많지 않다. 이 영화는 코미디를 위해 개연성을 포기했는데, 정작 그 코미디가 안 되고 있다. 관객들은 코미디 영화를 볼 때 어느 정도 개연성 붕괴를 용인한다. '극한직업'이나 '히트맨' 시리즈도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설정이 많았지만, 배우들의 개인기로 어떻게든 웃어넘길 수가 있었다.
이 영화는 캐릭터들을 바보로 만들고 억지로 사건을 굴리는데, 웃음은커녕 이야기의 신뢰가 급격히 무너지고 만다. 호송 차량에서 죄수가 탈출한 범죄 현장을 CCTV로 지켜본 경찰 서장만 봐도 각본의 완성도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보통 캐릭터가 오해를 하면서 웃기려면 관객들이 알고 있는 진실의 일부만 알아야 하는 것이 기본 구조다. 갑자기 아무런 근거도 없이 오해를 해버리면 웃음보다 의문이 생기게 된다.
마도준에게 영역을 빼앗긴 조폭 두목 김용강(윤경호)의 역할도 물음표가 남는다. 이 남자는 누가 봐도 허당끼가 있는 캐릭터로 보인다. 처음에는 제대로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없고, 무지하다는 이유로 무시까지 당하니 주인공들 주변에만 머물고 있는 코믹 악당처럼 보이는 것이다. 갑자기 핵심 악당이나 최종 보스로 돌변해 버리면 캐릭터의 성격 자체가 갑자기 바뀌기 때문에 생뚱맞아 보인다.
처음에는 전남편과 현남편의 공조가 핵심이었는데, 마약 조직과 AI 장치, 조폭 두목에 정의로운 여기자까지 등장하면서 범죄자를 구분하지 않고 공조를 해댄다. 이야기는 점점 산만해지고 감상이 끝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
코미디는 논리가 없어도 되는 장르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관객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논리 위에서 예상이 빗나갈 때 웃음이 생긴다. 이 영화는 예상을 빗나가는 전개가 아니라 합리적인 설명이나 근거가 생략되고 있어서 웃음보다 당혹감이 먼저 생긴다. 화가 날 정도의 재미가 없는 영화가 아니라 보고 나서 아무것도 남지 않는 영화다.
한편 영화 '남편들'은 오는 19일 공개하며 깜짝 쿠키 영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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