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후기] '사무라이 타임슬리퍼' 시대극을 향한 가장 따뜻한 헌사

제48회 일본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촬영상, 조명상, 편집상 총 7개 부문 석권

사진=영화사조아/트리플픽쳐스 제공
사진=영화사조아/트리플픽쳐스 제공

에도 시대 사무라이가 타임슬립으로 현대로 온다면 누구나 생각하는 전개가 있다. 새로운 운송 수단인 자동차에 놀라고, 스마트폰에 기겁을 할 것이며, 편의점 음식에 감탄하는 문화 충격 말이다. 이런 설정을 가지고 있는 '사무라이 타임슬리퍼'는 예상외로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가 따로 있다.

번개를 맞고 현대로 건너온 사무라이는 사실 비극적인 인물이다. 막부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칼을 들었던 그는 나름대로 강한 신념이 있었다. 죽을 각오로 적들과 사투를 벌이던 중에 현대로 갑자기 건너왔으니, 그가 그리던 세상 자체가 사라진 셈이다. 주군도 사라졌고, 막부와 사무라이들도 없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무라이가 도달한 곳이 하필 시대극 촬영 현장이었던 것이다. 스태프들은 그를 엑스트라로 오해하고 카메라 앞에 서게 한다. 키라레야쿠, 즉 '죽는 연기를 전문으로 하는 사무라이' 연기를 얼떨결에 하게 되면서 혼란스러워한다. 감독은 에도 시대의 분위기를 풍기는 이 남자를 눈여겨보고 정식으로 키라레야쿠로 섭외하려고 한다.

여기까지 보면 에도 시대를 살았던 사무라이의 좌충우돌 이야기로 보인다. 어쨌든 이 남자는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각오를 했던 터라, 촬영 현장이 천당이라도 되는 줄 알았을 것이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그 무서웠던 시대에서 탈출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이 영화는 퇴직한 노인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기술 발전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장인을 상상해 보자. 자신이 평생 갈고닦은 기술이나 신념이 더는 필요가 없게 된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현대 사람들은 사무라이 남자가 목숨 걸고 지키려고 했던 가치에는 어느 누구도 관심이 없다.

그 때문에 이 사무라이 남자는 배우라는 직업을 경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짜 검을 들고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람이니 촬영 현장이 얼마나 가식적이고 우습게 보였겠는가. 여기서 생각지 못한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남자의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감독의 멘트가 중요하게 읽힌다. 그는 애초부터 타임슬립보다는 사라져 가는 시대극의 정신에 관심이 있었다. 한때 일본에서는 '미토 코몬'이나 '아바렌보 쇼군'과 같은 시대극이 국민 드라마였다. 젊은 세대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감독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이 영화가 시종일관 시대극의 촬영 현장과 단역 배우들의 현실을 반영한 이유다.

이 영화는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를 통해 시대극의 정신을 계속 남기고 싶은 작품이다. 이제 사무라이는 없지만, 영화 속 사무라이는 계속 살아 있어야 한다는 감독의 의지가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시대극을 보존하고, 영화가 가진 힘을 인정하는 작품이다. 뻔한 코미디라는 예상에서 벗어나 따뜻한 웃음을 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한편 '사무라이 타임슬리퍼'는 오는 24일 개봉하며 깜짝 쿠키 영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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