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펙트 데이즈'는 '행복'이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부터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코모레비'는 나뭇잎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을 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거의 보지 못하는 모습이다. 주인공 히라야마(야쿠쇼 코지)는 그 순간을 특별하게 바라본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이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하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재밌는 점은 그 '몰입'이 단순히 '놀이'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환경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처럼 카페에 있으면 시나리오가 더 잘 쓰이는 경우다. 일부 작가들이나 교수들 중에는 지하철이나 유동 인구가 많은 공원에서 글이 더 잘 쓰이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정이 넘는 시간, 아주 고요한 시간에 글이 잘 쓰이거나 독서가 잘 될 수도 있다. 특정한 장소와 시간에 '몰입'이 발생한다는 것은 뇌가 '창작 모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라이언의 자기결정성이론은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 이 세 가지 욕구가 충족될 때 만족감을 느낀다고 봤다. 히라야마는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채 화장실 청소를 능숙하게 해낸다. 술집 마담과 조카, 철은 없지만 조금이나마 동경심을 느낀 청년들이 주변에 있으니 고립되어 있지도 않다. 사실 히라야마는 좁은 집에 혼자 살아가는 청소부에 불과해 보인다. 그런데도 '코모레비'와 같은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소득보다 삶의 통제감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심리학에서도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감을 중요하게 여긴다. 히라야마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것처럼 '몰입'할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을 스스로 설계해서 리듬감을 찾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김없이 청소를 하러 트럭에 몸을 싣고, 올드팝이 담긴 테이프를 재생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퇴근을 하면 올드해 보이는 노포에서 가볍게 하이볼을 한잔하고, 잠이 들기 전에 가볍게 독서를 한다. 화장실 청소를 할 때는 코모레비를 보면서 카메라를 찍는다. 이 루틴이 고정적으로 흘러가고 있어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마저 뇌에서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히라야마의 이런 삶을 '소확행' 정도로 정리할 수도 있지만, 영화는 더 깊은 뜻을 담고 있다. 히라야마의 조카가 찾아온 이후에, 그의 삶이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애초부터 그는 행복한 사람이 아니라, 늦게라도 행복을 찾아내려는 사람이 된 것이다. 심리학에서도 말하는 것처럼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는 습관을 들여서 감정 조절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누군가는 비가 오는 날은 재수가 없다고 하지만, 히라야마와 같은 사람은 나뭇잎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순간을 카메라로 찍으며 행복을 찾는다. 사소한 경험을 의미 있는 경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긍정 심리학의 마틴 셀리그만도 행복이 단순히 기분 좋은 상태가 아니라고 말한다. 삶에 늘 감사하고, 사소한 것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찾는 습관을 들여서 '행복'을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다. 히라야마는 이미 훈련이 끝난 사람처럼 보인다. 늘 일에 치이며 사는 직장인들은 의아하지만, 히라야마는 이제 본능적으로 화장실 근처의 코모레비를 발견하고 감탄한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특별한 능력이나 재능이 아니라 습관이라는 것이다.
좌절 이후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회복탄력성'의 핵심은 무엇일까. 'Feeling Good'이 흐르는 마지막 장면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히라야마는 이제 아픈 것이 아니라 그 아픔 속에서도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능력이 있던 것이다. 그 덕분에 과거의 슬픈 기억이 떠올라서 눈물이 흐르면서도 다시 웃기를 반복한다. 그 모든 감정을 안고 오늘 하루도 '행복'을 찾아내려는 것이다. '현실'이 좋아서가 아니라 '현실'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훈련이 필요한 세상이다. 오늘 하루는 '퍼펙트 데이즈'를 감상하면서 그 훈련을 마친 사람의 일상을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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