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클로저 데이'는 외계인을 둘러싼 음모를 그린 스릴러처럼 시작하지만, 스필버그가 평생 품어온 외계인에 대한 동경과 낙관주의로 귀결되는 작품이다. 스필버그는 여전히 'E.T'와 '미지와의 조우' 시절의 낭만을 간직한 채, 외계인을 소통과 연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고전적인 휴머니즘을 녹여낸 것이다.
돌이켜보면 스필버그는 음모론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E.T'와 '미지와의 조우', 'A.I' 등 인간이 미지의 존재와 만났을 때의 감정을 활발히 탐구하는 면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외계인을 숨겨온 미국 정부의 은폐, 내부 고발과 추격전 등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었다.
기상캐스터 마거릿(에밀리 블런트)이 갑작스럽게 얻은 능력은 흥미롭다. 보통 텔레파시나 독심술은 상대방의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이지만, 여기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속 상처를 읽어내고 있다. 소원해졌거나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 이야기를 듣게 되면 누구에게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 주차 딱지를 떼려는 깐깐한 순경이나 비밀 임무를 띤 위협적인 요원들도 마찬가지다. 스필버그는 이런 식으로 폭력이 아닌 공감과 연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결말로 갈 때까지 영화는 굉장히 혼란하다. 정부로부터 외계인의 정보와 데이터를 가로채고 진실을 밝히려는 켈너(조쉬 오코너)와 그를 제거하고 진실을 막으려는 노아(콜린 퍼스)의 행보만 보면 목적은 명확하다. 여기에서 노아로부터 이탈한 휴고(콜먼 도밍고)와 마거릿에게 갑작스럽게 생긴 능력이 엇갈리면서 영화의 전개가 안갯속처럼 도통 알 수가 없다.
'에이리언'이나 '우주전쟁', '인디펜던스 데이' 등은 외계인을 처단의 대상으로 보았다. 반면 스필버그는 외계인들을 인류보다 더 높은 단계의 존재로 인식하면서 '공포'가 아니라 '경이'로 묘사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도 외계인에 대한 동경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대신에 거대한 음모를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제목 뜻대로 '폭로하는 날'이라고 하면 꽤 거창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혹시 스필버그가 뭔가를 알고 영화를 만든 거 아닌가 하는 호기심도 든다. 특히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대사가 의미심장하다.
외계인이 진짜 인류 앞에 나타나서 꺼내는 첫 한마디가 무엇일까. 스필버그가 그 한마디에도 흥분하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이 영화의 호불호는 액션이나 음모의 완성도가 아니라 스필버그의 낭만주의를 아직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한편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는 이날 10일 개봉하며 엔딩 크레디트 이후에 나오는 쿠키 영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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